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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樂)/나의도서관

공정하다는 착각

by ㅋㅕㅋㅕㅇㅣ 2023. 11. 5.


p59
60년 전,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은 능력주의가 빛어낼 오만과 분노를 예견했다. 사실 그 용어 자체를 만들어낸 사람이 마이클 영이다.
1958년 출간한 <능력주의의 등장 The Rise of tbe Meritocracy)이라는 책에서, 그는 어느 날인가 계급 장벽이 극복되고 누구나 오직 자신의 능력
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진정 공평한 기회를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어찌 보면 이는 환영할 상황이다. 노동계급의 아이들이 마침내 특권층의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되었다니 말이다.

그러나 영은 그게 과연 순전히 기뻐할 만한 상황일지 곰곰이 생각했다. 능력주의는 승자에게 오만을, 패자에게 굴욕을 퍼뜨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승자는 자신의 승리를 '나의 능력에 따른 것이다.
나의 노력으로 얻어낸, 부정할 수 없는 성과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다'라고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보다 덜 성공적인 사람늘을 업신여기게 된다. 그리고 실패자는 '누구 탓을 할까? 다 내가 못난 탓인데리고 여기게 된다.

마이클 영에게 능력주의는 추구해야 할 이상적 목표가 아니라 사회적 불화를 불러오는 제도였다. 수십 년 전, 그는 지금 우리의 정치를 오염시기고 포풀리즘의 분노를 부채질하는 가혹한 능력주의 논리를 꿰뚫어 보았다. 능력주의의 폭정으로 상처를 입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문제는 '윌급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의 '사회적 명망이 추락했다'는 것이다.

p61
정치의 의미와 목표에 대한 민주적 합의는 사라져 버렸다. 이처럼 공적 의미가 텅 비게 되면 한결같이 정체성과 생득성에 대한 거칠고 권위주의적인
형태, 예를 들면 종교 근본주의나 적대적 민족주의 등이 그 공백을 메우기 마련이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현실이다. 시장 주도적 세계화는 40년 동안 계속되며 정치 담론의 장을 공동화했고, 보통 시민들을 무력하게 만들었으며, 포풀리즘의 반격을 촉발했다. 그 반격이란 팅 비어버린 공론장에 무자비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민족주의를 채워 넣으려는 움직임이다.

민주정치가 다시 힘을 내도록 하려면, 우리는 도덕적으로 보다 건실한 정치 담론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우리 공통의 일상을 구성하는 사회적 연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능력주의를 진지하게 재검토함
으로써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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