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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樂)/나의도서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by ㅋㅕㅋㅕㅇㅣ 2023. 1. 25.

 

 

내가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독서를 멈춘 이유는 두 가지 사실에 대해 혼동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자전적 회고록 형식의 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던 점과 화자가 남성이라고 생각했던 것.

그런데 글이 집요하게도 사실인 것처럼 역사적 서술이 포함되어 있었고, 갑자기 언니 얘기가 나왔던 것이다. 내가 뭘 읽고 있는 거지? 당황스럽고 기괴한 마음(삽화도 기괴하다)에 책 읽기를 포기했었다.

이번에 다시 한번 읽게 되었을 때 단단히 각오를 하고 읽어내려갔다.

글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분노했고, 자신의 30년 연구가 처참하게 파괴된 현장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를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자서전과 연구성과, 출판서를 탐독하며 그를 숭배해가던 어느 날 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죽였을 수 있고, 우생학을 믿고 행하던 말과 행동들을 보며 더이상 그에게서 답을 찾을 수 없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우생학의 피해자들을 만나며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이 작은 그물처럼 엮어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 희생임을 깨달으며 자신을 위로한다.

 

느낀 점 및 생각


나는 크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누군가가 일생을 다 바쳐 수집광처럼 채집하고 이름을 부여하던 모든 것들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그렇게 광기에 가깝게 이름 붙여진 모든 생물들이 어류로 분류될 수 없다는 귀결이었다. 어류(Fish)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이 그래서 지어진 것이다.

인간이 정해놓은 분류와 기준에 따라 어류로 명명되었을 뿐 언제든 없어질 수 있는 개념(분류)이라는.. 이것은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아주 길고 소설처럼 화려하게 서술하고 있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아버지가 너(사람)라는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다(중요하지 않다). 겸손해야 한다고 했던 말에..

그리고 아버지가 차가운 물 속에 거침없이 들어가서도 여유롭게 웃던 모습을 이해할 수 없고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비교하고 좌절하는 모습이 쉽게 공감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에필로그의 글을 통해 이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저자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에필로그 속의 그녀는 양성애자였고 파란눈의 소녀를 사랑하여 결혼하고 아이도 입양하였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그녀의 생활 방식이 실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관념 때문에 차별받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기존의 잣대를 들이밀지 않으면 자신도 정상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일생을 헛된 이념에 모든 것을 걸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광기 어린 수집방식과 살인/비리에도 얼룩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광스럽게 인정받고 있는 한 분류학자의 일생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기존의 통념이란 것이 더욱 아무것도 아니며, 자신의 존재 가치와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것들이라고 아버지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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